나는 있잖아/요즘 이러고 있다

반월상 연골판 봉합 수술 했습니다...

김 오 하 Kim_Oh_ha 2023. 3. 30. 10:36

23년 3월 24일 좌측 무릎의 반월상 연골판 봉합수술과 원판형 연골 절제수술을 받았습니다.

 

작년부터 등산할 때 무릎이 시큰 거리던걸 나아지겠지 무심코 있던 게 작년 12월에 눈길에 미끄러져 삐끗한 뒤로

운동을 하면서 쭈구려 앉거나 과하게 무릎을 펴게 되면 왼쪽무릎에서 심하게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가게 되었습니다.

 

X-ray를 찍고나서  원판형 반월상 연골이라는 선천적 기형이 의심된다. 하셨는데 또 그 이유만으로 아픈 건 아니라고 말씀하셔서 추가적으로 MRI까지 촬영하게 되었습니다.

 

MRI 가격을 설명들으니 찍기 두려워지는 가격이었는데 실비보험 덕분에 큰 부담 없이 찍었고

일주일 뒤 결과를 들으니 연골판에 파열증상이 있다고 그러더군요

그로인해 연골 봉합수술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..

 

큰 수술은 아니고 가벼운 수술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입원은 하루이틀정도에 재활기간은 6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.

그래도 수술을 받자니 6주 가까이 목발과 보조기를 착용하며 재활생활을 해야하니 직장도 학교생활도 걱정이 돼서

꼭 받아야 하는지 여쭤보니 방치할 경우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된다 하셨고

또 지금 내가 운동하는 데 있어서 지장이 있으니 받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.

얼른 빠르게 치료하고 다시 또 여행이든 캠핑이든 운동이든 해야겠다 했습니다.

 

3월 20일에 수술일정을 예약하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23일 하루 전 입원을 했었습니다.

 

이번 수술도 그냥 걸어 다니면서 일하고 여행하는 정도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지만

평생 크게 아팠던 적이 없어서 병원이랑은 거리가 멀었는데 또 입원을 하게 되니

사람 일 정말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네요.

여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냈던 삶에 또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.

 

23일 자정 12시부터 금식하며 수술 차례가 오길 기다렸습니다.

몇 시 몇 분 이렇게 딱딱 정해지는 게 아니었고

수술과 마취 설명과 동의서를 작성하면서 생각보다 좀 오래 기다렸던 것 같아요

 

1시쯤 되어서 곧 수술이 다가와 수술실로 병상에 실려서 이동하는데

드라마에서나 보던 지나가는 병원의 하얀 천장에 조금 겁이 나면서 떨렸습니다.

마취는 이제 척추마취로 하반신을 마취하는데

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전신마취로 변경해서 진행할 수도 있다고 했었습니다.

 

척추마취 경험은 너무 생생한 게

수술대에 누워서 한쪽으로 새우처럼 둥글게 몸을 말았고 이어서 허리 쪽 척추에 마취 주사의 느낌이 났는데

뭔가 느낌이 오묘했습니다. 뻐근하게 느낌이 좀 무뎌지면서 가슴 아래쪽으로 따듯해지는 걸 느끼면서

이어서 다리를 뭐 들었다 놓거나 찌르거나 꼬집고 해도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.

 

이후에는 수면에 빠져들게 되었고 또 가슴 아래로는 보이지 않게 가림막도 펼쳐 놓으니

뭐 두 눈 뜨고 수술부위 보는 것도 아니니 어느새 겁은 안 나고 평온해졌습니다.

 

그렇게 잠이 들고 눈을 뜨니 비몽사몽 했는데 시계를 보니 40분 정도가 지났나 다 끝났다고 하네요

회복실에서 1시간 정도 마취가 조금 회복될 때까지 누워 있었습니다.

이때 고개를 들어 올리지 말라고 계속 경고를 해주셨는데

고개를 들게 되면 두통이 심하게 온다고 하는데 약으로도 완화할 수 없다고 하니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.

 

회복실에서 쉬면서 간호사님들 얘기하시는 게 들리는데 어찌나 재밌던지

중간엔 맛집 얘기가 나오길래 궁금한 나머지

"죄송합니다. 엿들으려고 들은 건 아닌데 혹시 그 맛집이 어딘가요...?" 했었고 퇴원하고 가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.

 

회복실에서 나와 X-ray를 찍고 병실로 돌아왔고

이후로도 4시간 후에 물을 마실 수 있고 8시간 정도 뒤에 고개도 들 수 있고 뭘 먹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

그 시간이 새벽 1시 30분이어서 뭘 먹긴 글렀다 싶었습니다.

 

4시간이 지났나 슬슬 감각이 돌아오니 다리가 많이 아팠습니다.

진통제를 맞아가면서 가만히 있어도 계속 아파서 잠을 이루지도 못하고 있는 와중에

간호사님이 소변을 꼭 봐야 한다고 하네요 움직이지도 못하니 소변통에 간신히 보려고 하는데

어라? 아무리 힘을 줘도 나오질 않아요 엄청 가득 찬 느낌인데 또 마렵지는 않고

평소라면 그냥 시원하게 나왔을 텐데 끝까지 안 나왔어요

 

결국 소변줄을 사용하게 되고 간호사님이 막 배를 눌러가며 소변을 보게 되었는데

난생처음 겪은 일이라 그런지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진 못한 채 넋을 놓고 누워있었습니다.

 

그렇게 밤 12시쯤 수술을 받은 지 약 7시간 정도 지난 시간일 때 너무 큰 고통이 밀려왔고

간호사님을 호출하면서 진통제를 맞으며 또 옆자리 할아버님의 도가 지나친 코골이를 들으며...

뜬 눈으로 밤을 보냈습니다.

 

그렇게 다음날이 밝았습니다. 아침부터 간호사님이 "소변을 보셔야 하는데 혼자 해보시겠어요..?"

라고 말씀하시는데 아직 혼자선 못하겠는데 또 소변줄을 꼽고 배를 누르고 그러고 싶지 않아서..

혼자 해보겠다고 조금 기다려 달라 그랬습니다.

 

우선 아침밥부터 먹어야 하는데 왜 병원밥이 맛없다고 하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.

몸은 불편하지 잠도 못 잤지 컨디션이 이렇게 난조인데 입맛이 있으래야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.

수술 전 먹었던 병원밥은 생각보다 맛있네 하면서 먹었는데 말입니다.

 

그래도 열심히 식사도 하고 약도 먹고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데 어김없는 소변의 압박

초음파로 얼마나 많은지 양도 체크하시면서 방광염에 걸리지 않게 꼭 봐야 한다고 하시는데

안 나오는걸요.. 그래도 혼자 해보겠다고 한 시간을 씨름했고 결국 오전 10시쯤 해냈습니다.

 

그런데 이 말할 수 없는 낭심부터 머리끝까지 찌릿하고 불타 없어질 것 같은 화끈함과 고통이

혼자 소변을 보면서 밀려오는데 이 고통이 다리보다 더 2배는 넘게 아프게 느껴졌습니다.

이후로도 이 고통은 점차 줄어들게 되었는데 아픔을 안 느낄 때까지는 4일이 걸렸습니다.

 

여하튼 밥 잘 먹고 약 잘 먹으면서 수술한 다리의 발목도 허벅지도 수시로 움직여주면서

이제 회복만 하면 되겠더군요

 

코로나 때문에 옛날처럼 입원했을 때 부모님이나 지인이 간호하러 쉽게 못 들어와서

혼자 입원생활을 했는데

밥 먹은 식판도 혼자 못 가져다 놓고 소변통도 비우기 힘들고 그랬는데

간호사님들이 부탁하지 않아도 너무 잘 챙겨주셔서 많이 감사했었습니다.

 

그렇게 수술 후 2일 차가 되었을 때부터 고통은 많이 줄었고 상태가 좀 괜찮아져

침대에서 가져온 노트북으로 어떻게든 학교 비대면 강의와 수업을 들었고

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.

 

이후 오는 평일 27일 월요일 아침에 주치의께서 회진하셨는데 퇴원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셔서

월요일에 퇴원 수속을 하게 되었습니다.

 

원래는 화요일에 여자친구가 퇴원할 때 데려오기로 얘기하고 화요일에 퇴원하려 했는데

씻지도 못해 냄새나는 거 같고 머리도 혼자 감아봤지만 개판이고 아무튼 아프니 이해한다지만서도

보여주기 싫었고 어찌어찌 혼자 퇴원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아서 목발 짚어가면서 퇴원했습니다.

병원이 집이랑 가까워서 택시를 타고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.

택시 기사님도 너무 친절하시고 젠틀하신 분을 만나서 편하게 왔는데 기분이 좋네요

심지어  비닐도 안 뜯긴 곳이 있는 신형 그랜저였는데 괜히 내가 타게 돼서 여기저기 신발자국에 목발이 부딪히는 게

너무 죄송했는데도 너무 친절하셨던 기사님..

 

다행스러운 게 왼쪽 다리라 혼자 운전은 또 가능해서 출근은 해보고 있습니다.

아무튼 다리가 불편하니 일상생활 오만가지가 불편하네요

두 번 다시는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고 싶지 않네요 거동이 불편한 건 너무 힘들어요...

 

여하튼! 여기서 이야기를 마치며

다시 취미와 운동을 할 수 있는 다리가 될 때까지 열심히 재활해 보겠습니다.

 

수술 관련 비용은

첫 MRI 찍었을 때 약 70만 원대

X-ray나 여러 가지 검사하는데 약 10몇만원대

퇴원할 때 결제한 수술비와 입원비는 약 70만원대 정도 였습니다.

 

저의 수술 경험 이야기를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겠습니다.